2025년 회고

기술의 완성도에서, 팀과 가치의 완성도로

2025년은 산군에게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한 해였다.
데이터는 단순히 커진 수준을 넘어 훨씬 더 복잡해지고 방대해졌고,
데이터 구조화와 서비스 개선을 통해 유의미한 유저 유입이 늘어나면서 MAU가 빠르게 성장했다.
그 결과 플랫폼 전반의 조회량과 사용 패턴 역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었고,
AI는 실험이나 데모를 넘어 실제 서비스의 일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작년 Google AI Academy 선정을 통해 지원받은 리소스와 협업을 기반으로
AI는 점점 더 서비스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흐름의 연장선에서 연말 Series A 투자 유치까지 이어졌다.

회사로서는 MAU, 매출, 리텐션 등 대부분의 지표가 분명한 J-커브를 그린 한 해였지만,
CTO로서 이 한 해를 돌아보면 숫자나 기술적 성취보다 더 많이 남은 것은
조직, 사람, 그리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팀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월별로 돌아본 2025년

1–2월 | 기술은 잘 가고 있었지만…

연초의 산군은 분명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기업·입찰·공사·현장·뉴스 등 핵심 데이터는 계속 쌓였고,
단순 조회를 넘어 데이터 간 상관관계 분석,
AI를 통한 데이터 검증과 유의미한 데이터 생성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온톨로지, 그래프형 데이터 구조, 도메인 간 연결 관계를
실제 서비스 구조에 어떻게 녹일 수 있을지 실험하기 시작했다.

플랫폼이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의사결정 도구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모델링, 정합성, 확장성을 모두 고려한
더 복잡하고 세밀한 구조가 필요했다.

이 시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기술의 완성도와 데이터 무결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확장 가능한 구조를 유지하며 이후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선택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기술적으로는 옳았지만,
제품과 팀의 관점에서는 점점 복잡해질 조짐이 보이던 시기이기도 했다.


3–4월 | AI를 ‘실서비스’로 운영하며 배운 것

RAG 기반 AI 기능을 실제 사용자 환경에서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이 시점부터 AI는 PoC나 데모가 아니라
장애, 비용, 응답 품질에 책임을 져야 하는 서비스 구성 요소가 되었다.

운영을 하며 깨달은 점은 분명했다.
AI의 성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 응답의 일관성
  • 데이터 최신성
  • 실패 시 대체 경로
  • 로그와 재현 가능성

이었다.

또한 AI 결과에 대한 사용자 피드백을 어떻게 수집하고,
그 피드백을 다시 데이터와 모델 개선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운영 파이프라인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 시기를 통해 분명해진 한 가지는
AI를 붙이는 것과, AI가 실제 가치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었다.


5월 | 첫 개발자의 퇴사

5월에는 개인적으로도, 조직적으로도 의미가 큰 일이 있었다.
산군에서 가장 오래 함께한 개발자의 퇴사였다.

퍼블리셔로 시작해 백엔드 개발자로,
개발부터 데브옵스까지 폭넓은 역할을 맡아주며
5년 가까이 회사를 함께 만들어온 동료였다.

돌이켜보면
“잘할 수 있을까”, “더 성장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명목 아래
너무 많은 책임과 기대를 자연스럽게 얹어두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 경험은
기술적인 판단 이전에
조직과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
CTO로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였다.


같은 시기, 산군 플랫폼은 여러 기업에서 전사 도입 단계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경남은행과 코오롱글로벌을 비롯해 삼표그룹·성지그룹·삼일그룹 등
다수의 건설사와 자재사가 산군을 전사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연말 기준으로는 100대 건설사 중 94곳을 포함해 약 7,200곳의 기업 현직자들이
산군 플랫폼을 이용하는 구조로 확장되었다.

이 시점부터 산군은 단순히 “유용한 서비스”를 넘어,
없으면 업무가 돌아가기 어려운 인프라에 가까운 위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6월 | 기술은 계속 진화했지만

서비스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었고,
기능과 데이터 활용도는 계속 고도화되었다.

하지만 점점 분명해진 것은
기술의 밀도만으로는 팀의 지속 가능성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기술 부채보다 더 위험한 것은
피로와 맥락의 손실이었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핵심인지”가 희미해지면
속도는 유지되는 듯 보여도 중요한 순간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6월에는
“더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더 잘 전달하고, 덜 흔들리게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회사 전체의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문서화하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기본 규칙을 정리했다.
특히 기획·QA·마케팅 등 개발팀과 맞닿아 있는 부서들과의
협업 흐름(요청–정리–검증–배포)을 표준화하고
문서 템플릿과 공유 루틴을 만들었다.

그 결과 개발팀이 불필요한 맥락 전환을 줄이고,
더 안정적으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7월 | 또 다른 이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

7월에는 또 한 명의 동료가 회사를 떠났다.
에너지 넘치게 일했고, 많은 일을 묵묵히 해온 동료였다.

충분한 비전과 기대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건 아니었는지 아쉬움이 남았다.

같은 달, 산군에서는 새로운 백엔드 개발자가 입사했다.
처음으로 채용한 경력직 개발자였고,
약 10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합류한 분이었다.

5년 전 첫 채용 당시 몇 장의 이력서를 두고 고민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지원자 수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산군이라는 회사의 가치가 외부에서도 점점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쁨과 함께 CTO로서의 책임감도 크게 느꼈다.


8월 | AI 전환에 대한 진짜 고민

8월은 산군의 AI 방향성에 대해 가장 깊이 고민한 시기였다.
대표님은 AI 전환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밀어주셨고,
회사 차원의 리소스도 과감히 투입해주셨다.

동시에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다.
기존 인원들이 이 변화에 얼마나 만족할 수 있을지,
전환하지 못하는 인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시점에 우리가 고민한 것은
더 많은 실패를 허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산군 서비스에 가치를 줄 아이디어가 있다면
누구나 1인 1PM에 가까운 형태로 시도할 수 있다면,
조직의 성장 속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9–10월 | 팀이 더 똑똑해지는 방향

이 시기에는 산군 팀 내 비전공자를 중심으로
산군랩스라는 조직을 만들고,
바이브 코딩으로 함께 프로덕트를 만드는 세션을 진행했다.

단순히 코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업무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툴을
직접 기획하고, 개발하고, 배포하고, 운영해보는 방식이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업무 시간을 줄여서가 아니라,
업무가 끝난 뒤 자발적으로 모여
의견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프로덕트를 끝까지 완성했다는 점이었다.

현재 이 인원들은
각 부서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다양한 내부 툴을 직접 만들고 있고,
팀 전체의 생산성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확신하게 된 것은,
AI는 개발자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팀 전체의 사고와 실행 속도를 끌어올리는 도구
라는 점이었다.


11–12월 | Series A 투자 유치

연말, Series A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이는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그동안의 기술 선택과 데이터 운영 경험이
외부에서도 충분히 설명 가능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동시에
2026년에 대한 책임이 분명해진 순간이기도 했다.


CTO로서의 가장 큰 전환점

2025년까지 나는
기술의 완성도, 데이터의 무결성, 안정적인 운영을
끊임없이 끌어올리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 팀의 구조와 전체적인 생산성
  • 산군 팀 전체가 AI를 활용하며 더 똑똑해지는 방식
  • AI를 써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기존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녹여 고객에게 명확한 가치를 주는 방향

AI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것은
그때그때 찾아 적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알고 있는 지식을 조합해 설계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마무리하며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지만,
2025년을 지나며 더욱 분명해진 생각이 하나 있다.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에는 결국 기본기가 필요하다는 것.

산군 팀은 꾸준히 PostgreSQL과 Elasticsearch를 중심으로
데이터 저장 구조, 조회 원리, 성능 특성에 대한 기초 체력을 쌓아왔다.
이런 기본기가 있었기에
적은 인원으로도 방대한 데이터와 수많은 요청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AI 전환 역시 이 기본기와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AI를 실서비스로 운영할수록
데이터, 로그, 운영에 대한 이해는 더 중요해진다.

2026년의 산군은
AI를 더 많이 쓰는 팀이 아니라,
AI를 포함한 모든 도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팀이 되고자 한다.

기술의 완성도에서 출발해,
이제는 팀의 구조와 생산성, 그리고 지속 가능한 운영 역량까지.
그 방향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