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인가 CTO인가

자각 없이 시작했다 작년 여름, 주말마다 모여서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는 CTO라는 단어를 떠올린 적이 없었다. 그냥 내가 웹사이트를 만들 줄 아니까 만들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평일에는 회사에서 시키는 걸 하고 테스트 넘기고 퇴근 시간을 기다렸는데, 주말에는 기획부터 같이 하는 게 재미있어서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같은 개발인데 왜 이렇게 다르지 싶었다. DB를 뭘 쓸지, 클라우드를 뭘 쓸지 처음부터 다 골라야 했다. 안 해본 것투성이였는데 별로 두렵지는 않았다. 웹사이트 만드는 건 자신 있었으니까. 다만 그때의 자신감은 해본 범위 안에서의 자신감이었다는 걸 지금은 안다. 모르는 영역이 있다는 걸 알고 고르는 것과, 그 영역이 있는 줄 모르고 고르는 건 다르다. ...

6월 20, 2021 · Jun Kang

일을 맡긴다는 것

혼자 만들 때는 몰랐던 게 있다. 내가 아는 걸 상대도 안다고 가정하고 말하고 있었다는 것. 처음 사람을 뽑았을 때 여름에 첫 사람을 뽑았다. 그전까지는 주말마다 내가 붙어서 만들었으니까, 사람이 한 명 늘면 단순히 두 배로 빨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채용을 결정하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속도가 아니었다. 내가 옆에 없을 때 이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혼자 할 때는 막히면 그냥 내가 판단하면 됐다. 이제는 내가 판단할 수 없는 시간에도 일이 굴러가야 한다. 그러려면 판단에 필요한 것들이 내 머리 밖에 나와 있어야 하는데, 그때까지 나는 아무것도 밖에 내놓은 게 없었다. ...

11월 22, 2020 · Jun Kang